본문으로 건너뛰기
혼플 한마디 남기기
매거진8분 읽기2026-10-27

혼술이 처음이라면 어디부터 — 술집 종류별 난이도

혼자 술 마시러 가는 일이 어려운 건 술 때문이 아니라 문을 열었을 때 어디 앉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종류별로 쉬운 곳부터 순서를 매겼습니다.

혼밥은 이제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지만 혼술은 아직 문턱이 있습니다. 식당은 먹고 나오면 되는데 술집은 ‘머무는’ 곳이고, 머무는 동안 뭘 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술집에도 혼자 오는 것이 기본값인 종류가 있습니다. 그런 곳부터 가면 됩니다.

아래 순서는 혼플에 등록된 혼술 공간들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좌석 구조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술의 종류가 아니라 ‘좌석과 거리’가 난이도를 정합니다.

1단계 — 서서 마시는 곳

타치노미라고 부르는 서서 마시는 술집은 혼자 손님을 위해 만들어진 형식입니다. 자리가 없으니 ‘어디 앉지’라는 고민이 없고, 한 잔 마시고 나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서 머무는 시간에 대한 부담도 없습니다. 을지로와 성수, 마포 쪽에 몇 곳이 있고, 첫 혼술로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2단계 — 책이 있는 바

북바는 책을 읽으러 온 것처럼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입니다. 책이 ‘혼자 앉아 있는 이유’가 되어 주기 때문에 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말을 걸지 않는 문화이고, 조명이 낮아서 혼자라는 사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망원동의 책바, 봉천동의 음주가의책방처럼 아예 책을 전제로 만든 곳이 있습니다.

3단계 — 1인 좌석이 있는 작은 바

바 좌석이 여섯에서 열 자리쯤 있는 작은 바입니다. 사장님 한 분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혼자 온 손님에게 자리를 안내해 주는 것이 익숙합니다. 마심이나 인현골방처럼 아예 1인 손님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은 혼자 지수 5점입니다. 리타비터바, 키보처럼 ‘원하면 한마디’ 정도의 거리를 지키는 곳이 이 단계에 많습니다.

4단계 — 재즈바와 공연이 있는 곳

무대가 있으면 시선이 무대로 가기 때문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대신 커버차지가 있고 예약이 필요한 곳이 있어서 한 번 알아보고 가야 합니다. 혼자 재즈바 가는 법은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5단계 — 이야기가 중심인 곳

손님끼리 자연스럽게 말을 트는 구조의 바입니다. 혼자 와도 섞일 수 있는 곳이라 외향적인 분에게는 1단계일 수 있지만, 조용히 마시고 싶은 분에게는 가장 어렵습니다. 신림의 요루, 더 드리머스, 강남의 유사길처럼 ‘혼술바’라는 이름을 걸고 손님끼리의 대화를 기본으로 두는 곳들이 여기 속합니다.

처음 가는 날 이것만

  1. 평일, 문 연 직후에 갑니다. 손님이 없을 때 들어가면 자리 고르기가 쉽고 사장님도 여유가 있습니다.
  2. 들어가서 ‘혼자인데 어디 앉으면 될까요’ 한마디면 됩니다. 이 문장은 모든 바에서 통합니다.
  3. 첫 잔은 메뉴 맨 위에 있는 것으로. 고르는 데 시간을 쓰지 않는 것이 편합니다.
  4. 휴대폰을 봐도 되지만 책이나 수첩이 있으면 더 편합니다.
  5.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한 잔 마시고 나오는 손님은 어느 바에서나 환영받습니다.
혼술의 목적은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앉아 있어도 되는 자리를 하나 갖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것

혼자 바에 가면 꼭 사장님과 이야기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혼플의 대화 온도가 ‘조용히 있어도 됨’인 곳은 말을 걸지 않는 것이 그 가게의 문화입니다. ‘원하면 한마디’인 곳도 손님이 원하지 않으면 두는 곳입니다.

한 잔만 마시고 나와도 되나요?

됩니다. 특히 서서 마시는 곳과 작은 바는 한 잔 손님이 기본입니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좋은 손님이 아닙니다.

여자 혼자 가도 괜찮은 혼술바가 있나요?

혼플의 혼술 분류에서 혼자 지수 5점인 곳은 성별과 상관없이 혼자 오는 손님이 대부분입니다. 북바와 서서 마시는 곳이 특히 편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혼술 처음인데 어느 동네가 좋을까요?

을지로와 마포(망원·합정·상수) 쪽에 1~3단계 공간이 몰려 있습니다. 서울 혼술 지도 글에 동네별 문법을 정리해 두었습니다.